지난달 제주도에서 은퇴설계반 교육중 짬을 내서 해변으로 나갔습니다.
쇠소깍 앞 해변에 앉아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두세 시간 물멍을 했지요.
파도가 밀려옵니다.
큰 파도도 있고 작은 파도도 있었습니다.
하지만 큰 파도건 작은 파도건 해변의 자갈밭에 부딪쳐서는 모두 포말로 사그라지더군요.
불과 수 미터만 더 밀려가면 급전직하하여 사그라질 것을 저리도 호호탕탕 내 달려오는지...
이미 그 파도 뒤에는 더욱 큰 한 무리의 파도가 솟아오르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...
요즘 보는 무협소설 속에 이러한 글이 있네요.
“길을 가는 자가 어찌 그 길의 크기에 미혹되리요!”
“가는 길이 끊겼걸랑 돌아가리라!”
“마음속의 미망을 버리면 옆으로 난 길을 볼 수 있을 터! ”
“결코 길이 끊겼음을 탓하지 않으리라!"
“정(正)과 반(反)은 결코 같지 않다. ”
“길이 서로 이어져만 있을리는 없다. ”
“길이란 곧게 뻗어있는 길만이 있을 리가 없다. ”
“꺾이고, 구부러지고, 휘어진 길이 더욱 많다. ”
그러니……
“ 그러니, 정(正)에서 반(反)으로 이어진 곧은길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. ”
주역의 역(易) 자는 도마뱀의 모양을 형상화한 문자입니다.
도마뱀의 모양과 빛깔이 그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하여 우주의 이치를 풀이하는 역(易) 자를 만드는 데 있어 굳이 그 도마뱀의 형상을 빌린 것이랍니다.(카멜레온)
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겠지요.
재직 중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며 살려 했지만 지나고 보니 나 역시 상황에 맞추어 살아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.
퇴직 이후 어떤 상황에 직면할지 모르나 거기에 맞게 적응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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